힘찬이는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이다. 어제 밤늦게 까지 안 자고 놀다가 오늘도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밥 먹고 가방 챙기는 것을 엄마가 서둘러 도와줘서 겨우 집을 나섰지만 이미 늦었는데도 학교 가는 길에 여기 저기 딴 데 한 눈을 팔다가 또 지각을 하고 말았다. 받아쓰기 시간에는 글씨가 날라 다니고 띄어쓰기도 엉망이고, 미술시간에는 준비물도 안 가져 왔을 뿐 아니라 물감으로 장난 만 치다가 결국 작품은 완성도 못하고 끝났다. 쉬는 시간에 뛰어 다니면서 여기저기 친구들 노는데 끼어들고 훼방을 치다가 싸움으로 번져 얼굴에 상처가 나고 말았다. 학교 끝나고 한 시 까지 집에 오기로 약속하였는데 두 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오는 힘찬이의 모습을 보고 엄마는 심각해졌다. 얼굴에는 상처가 나있고 옷은 여기저기 물감이 묻어 엉망인데다가 아침에 입고 간 점퍼도 안 입고 셔츠바람이고 신발주머니도 없고..... 설상가상으로 앞 뒤 아무 설명 없이 “엄마, 내일 선생님이 오래” 하는 말을 듣고 ‘우리 아이가 바보도 아닌데.. 뭐가 잘못 되서 이럴까?’ 하는 생각이 들어 결국 소아정신과를 찾게 되었다.
아이의 놀이 관찰 및 면담, 부모와의 면담을 통한 아이의 발육과정과 양육 환경 및 양육태도 점검, 담임선생님의 관찰 평가를 일차로 실시하였다. 이어서 임상심리검사를 통한 아이의 전반적인 인지.학습 능력 과 정서. 성격을 평가하고, 컴퓨터를 이용한 주의력 검사까지 종합한 결과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로 진단되어 약물치료와 함께 인지행동치료, 부모 교육을 계획하였다.
ADHD는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 중 3-8% (반 에서 1-2 명 이상)에서 나타나는 흔한 문제이며 - 주의집중력 결핍, 과잉행동, 충동성의 3대 핵심 증상을 보인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기는지 원인을 찾는 연구에서 - 일반 아이들에 비해 ADHD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의 뇌 PET 및 fMRI 사진에서 전두엽의 활성도 및 당대사율이 감소되어 있었다. 전두엽이 바로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조절하고 특히 충동적으로 반응하는 행동을 조절하는 곳이다. 즉, 주의가 산만하고 나대는 아이들은 말을 일부러 잘 안 듣거나 부모가 잘못 키워서가 아니라 뇌기능의 문제인 것이다.
유치원 시절에는 놀이와 자유로운 상황이 많기 때문에 단지 ‘활발하고 까부는 아이’, ‘말썽꾸러기’ 정도로 생각하다가 초등학교 들어오면서부터 문제가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학교는 일정한 시간동안 자리에 앉아 주어진 과제를 해야 하고 지켜야 할 규칙이 더 많아지는 구조화된 환경이기 때문이다.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또래와의 관계가 어려워지는데- 남에 대한 배려가 적고 자기중심적이며 놀이나 수업 시간에 끼어들기나 간섭이 많고, 생각하기 전에 행동이 앞서며, 지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지나치게 경쟁적이고, 주제와는 상관없는 말이 많지만 정작 다른 사람 이야기는 잘 듣지 않아서 모둠활동의 기피인물이 된다.
학업수행능력에도 어려움을 초래하는데 - 과제가 주어졌을 때 완성도와 정확도가 확연하게 떨어지고, 시험을 볼 때는 부주의로 인해 문제를 끝까지 읽지 않고 대충 풀어서 아는 문제도 틀려 성적은 항상 자신의 능력보다 낮게 나온다.
가정에서의 어려움으로는 - 조직화 능력이 떨어져서 시간에 맞춰 움직이지 못해 학교나 학원 은 지각하기 일쑤 이고, 정해진 시간에 할일을 끝내지 못해 일기 하나를 쓰는 데도 30분이면 끝날 것을 1시간이 지나도 끝맺음이 안 되며, 책상 정리 안 되고 자기 물건 못 챙겨서 수시로 잘 잃어버린다. 이렇듯 친구들은 잘 안 놀아주지.... 학교 성적은 신통치 않지... 집이나 학원에서는 늘 칭찬보다는 야단을 많이 맞아 ‘나는 못해’ 하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게 되서 매사에 자신감이 떨어진다.
ADHD 는 아이의 정상적인 학교생활, 학업수행 및 가정생활에 지장을 주므로 꼭 치료를 해 주어야 하는 심각하고도 중요한 문제이다. 즉, 아이 스스로 조절하지 못할 뿐 아니라 부모님이나 학교 선생님, 학원 선생님의 힘으로도 고쳐지지 않는 질병인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과 전문가가 힘을 합하면 해결 못 할 문제는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