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을 날씨답지 않게 낮에는 봄날처럼 포근하고 아침저녁으로만 약간 쌀쌀하더니 갑자기 찬바람이 불고 추위가 느껴지는 것이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음을 실감나게 한다. 게다가 신종플루 괴담까지 돌아 고3 수험생들과 가족들이 얼마나 마음을 졸일까?
세월이 약인지 수년 전 우리 집 큰아이가 고3 일 때가 언제였던가 싶게 까마득하다. 매일 새벽 5시 50분에 일어나 새벽밥을 하고.... 눈도 떠지지 않는 아이와 온 식구가 해도 뜨지 않는 캄캄한 새벽에 둘러앉아 아침밥을 먹고.... 밤 12시가 다 되어서야 들어오는 아이를 기다리다 졸고...... 이렇게 말하니 마치 내가 수험생 딸아이의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한 훌륭한 엄마인 것처럼 들리는데 사실은 날나리 엄마였다. 아이가 저녁에 들어오기도 전에 잠들어서 아이는 캄캄한 집에 혼자 들어와 배가 고파도 간식도 못 먹고 쓰러져 자고.... 가끔은 아이가 힘들다고 짜증이라도 좀 낼라치면 “너만 힘든게 아니라 수험생들은 다 힘들어.... 엄마 때도 그랬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라며 핀잔도 주었었다. 하루 24 시간 중 유일하게 아이와 얼굴 마주 보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아침 먹는 시간이어서 될 수 있으면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힘든 것 공감해 주고... 격려해 주려 했지만 고3 엄마로서 해준 것이라곤 아침밥을 준비해서 고작 15분 얼굴 보며 같이 식사하는 것 뿐 이었다. 어찌하랴 부모가 대신 공부해 줄 수도 없는 오로지 자신만의 일인 것을...
수능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수험생들의 마음가짐이 아주 중요하다.
우선 욕심을 버리자. 이제 와서 뭔가 획기적으로 점수를 확 끌어올릴 비법은 없다. 건강이던 실력이던 현재 상태를 수능 때 까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수능이 가까워진다고 절대로 수면시간을 줄이지 말자. 먹던 대로 먹고 자던 대로 자야 아프지 않는다. 공부도 지금까지 했던 것들(문제집, 정리노트, 오답 노트..)을 확실하게 다지기만 해야지 지금 와서 새로운 문제집을 사지는 말자. 그 대신 아는 것은 절대로 틀리지 않겠다는 각오는 해야 한다.
최근 들어 외래 진료실에 다니는 몇몇 고3 아이들이 각각 다른 문제로 상담은 하고 있지만 공통점은 얼굴은 점차 더 누렀게 떠가고 있고 불안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시험 당일 아는 문제를 틀리게 되는 제일 큰 원인이 불안 때문이다. 그럴 때에 자기 자신에게 해주어야 할 말이 있다.
“긴장하고 불안한 것은 당연하다”
“모르는 문제는 틀리자”
“내가 어려우면 남들도 어렵다”
“이번 수능이 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 라는 마음가짐이 불안을 이겨 낼 수 있다.
부모님들도 자신이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결국 공부하고 시험 보고 그 결과에 대한 몫을 치루는 것은 부모가 아니라 수험생 본인이므로 부모는 아이가 마음 편하게 시험을 치루도록 도우미 역할만 해야 한다. 괜히 부모가 아이에게 과잉기대를 하면서 긴장하고 초조해 하면 그 불안은 아이에게 전염된다. 아이가 심하게 불안. 초조해 하면서 3일 이상 잠을 못자거나 30분 이상 한자리에 앉아 집중하는 것이 힘들다면 뇌의 인지기능에는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불안과 긴장을 해결해 주는 약물치료를 1-2주 정도 받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지금까지 달려온 마라톤의 결승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목표점을 향해 호흡을 가다듬고 막판 페이스 조절을 잘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