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4살 아들과 6개월된 딸을 둔 주부이다. 큰아이를 낳은 후 동네 아줌마, 시골 시댁 등 이곳 저곳에 아이를 맡겨 키우면서도 직장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다녔었는데 둘째를 임신 한 후 두아이를 같이 맡길 곳이 없어 어쩔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임신 6개월이 지나면서 몸은 점점 무거워지는데 시골 시댁에서 키우다 데려온 큰애는 새로 보낸 유치원에서 적응을 못하고 아침마다 안간다고 울면서 엄마를 안 떨어지려해서 억지로 보내야 했다. 서툰 집안일을 하다보면 점심은 얼렁뚱당 지나가고 어린이집 다녀온 큰 아이와 또 놀아주어야 하고..... 하루 하루를 그렇게 보내다 드디어 둘째를 분만하게 되었다. 산후조리 한달 동안은 친정어머니가 계셔서 큰애와 집안 일을 맡아주셔서 그런대로 지낼 수 있었는데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육아서적이나 TV 등에서 배운대로 동생을 본 큰 아이에게 더 신경쓰고 잘해주려고 마음먹었지만 밤새도록 2시간 간격으로 깨서 우는 둘째 때문에 잠을 설치고 아침에 일어나면 이제는 유치원 안가려고 떼쓰는 큰 아이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갈수록 엄마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급기야는 너무나 화가나서 큰 아이의 엉덩이를 있는 힘껏 때려서 유치원을 보내고 나서는 때린 것을 후회하고 ...... 큰 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면 잘해주어야지 마음먹었다가도 다시 소리를 지르게되었다. 큰 아이도 점점 더 다루기 힘든 아이로 변해갔다. 유치원에서 걸핏하면 다른 아이를 때리고 소리를 지르고 장난감을 뺏는 등의 과격한 행동을 한다고 전화가 왔고 , 집에서도 소리를 지르거나 장난감을 던지는 등의 행동과 징징대며 우는 행동이 많아졌다. 하루하루가 아이들과의 전쟁같다는 생각에 엄마는 너무 지치고, 말 안듣는 큰 아이가 그렇게 미울수가 없고.... 바쁘다고 늦게들어오고 도와주지 않는 남편도 원망스럽고..... 매일저녁 잠 못자게하는 둘째도 예쁘지가 않고..... 급기야는 ‘내가 결혼을 왜했나?’ ‘나는 엄마가 될 자질이 없나보다’ 하는 생각까지 들던 중에 이웃의 권유로 소아정신과에 내원하게 되었다. 아이의 놀이관찰, 엄마와의 상호작용 관찰 및 부모면담, 심리검사 결과 아이의 문제보다도 엄마의 우울증이 심각한 정도여서 엄마의 우울증을 치료하게 되었다.
우울증은 우리나라 여성들의 10-25%가 한번쯤은 앓게되는 마음의 감기이다.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을 경우 가족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엄마의 양육태도와 정서상태에 아이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이차적으로 아이의 정서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을 엄마 혼자만의 일로 미루지 말고 가족 전체, 우리사회가 같이 나서야 한다. 그래야만 행복하고 여유로워진 엄마가 행복한 아이를 만들 수 있고 낮아진 출산율도 다시 오르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