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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사랑 칼럼

제목 마음의 감기 (우울증)
작성자 관리자
조회 2530

며칠 전 신문에 30대 여성이 생후 4개월 된 딸과 함께 투신자살한 기사가 났다. 경찰조사에서 지난 4월에 딸을 출산한 이후 남편과도 별거 생활에 들어가면서 우울증을 앓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기사를 보는 순간 얼마 전에 자살한 후배의 부인이 생각났다. 남들이 보기에 남부럽지 않을 환경과 조건을 가지고 있었고, 평상시에 별로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전문적인 자신의 일도 가지고 있던 여성이었다. 몇 달 전 모임에서 잠깐 만났을 때 내가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고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한 게 내내 후회가 되고 자책이 됐다

 

마음의 감기라고 불리는 우울증은 고대 이집트 시대부터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래된 문제이고 주위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다. WHO 에서는 2020년에는 우울증이 주요장애 및 사망원인의 두 번째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을 정도로 꼭 극복해야할 중요한 병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남자는 5-12%, 여자는 10- 25% 라니 적어도 10명 중에 한명은 평생에 한번은 우울증에 빠질 수 있으며, 덜 심한 우울기분까지 합하면 확률은 더 높아지게 된다.

 

이렇게 주위에 흔하면서도 제대로 치료받으면 잘 나을 수 있는 우울증을 왜 그대로 방치하고 치료를 잘 받지 않는 걸까? 2008년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각 과별로 초진환자 비율을 제시하고 있는데서 답이 나온다. 병리과의 경우에는 초진환자 비율이 무려 84%나 되고 내과 29%, 이비인후과40%인데 반해 정신과는 초진환자가 8%밖에 안 된다. 일반 사람들의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나 거부감이 너무나 높아 왠만해서는 정신과의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우울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이 부족해서 생기는 뇌의 기능적인 문제라고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개인의 의지박약 탓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우울증에 걸려도 자신의 마음과 의지가 약해서라며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10-15%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하니 너무나 큰 비극이며 개인적 고통 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인 손실 또한 너무 크다.

 

우울증에 빠진 사람들의 특징적인 사고방식을 보면 모든 잘못된 일을 다 내 탓으로 돌리고 지금의 나쁜 상황이 앞으로도 절대로 좋아지지 않을 거라고 매사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설사 문제가 잘 해결 되더라도 단지 운이 좋아 잠시 그렇지 앞으로는 그러지 않을거라 미리 부정적인 예측을 하고,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의 흑백논리를 보인다.

내가 우울증이 아닌 가 의심을 해봐야 할 경우는 - 우울한 기분이 대표적이다. 평소와 달리 의욕이 없고 TV를 보거나 전화를 하다가도 괜히 눈물이 난다. 재미있는 쇼프로를 봐도 재미있지가 않고 웃음이 사라지며 관심이나 흥미가 떨어진다. 맛있는 것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음식을 안 먹거나 반대로 폭식을 하기도 한다. 무기력감을 보이는데 잠을 자도 아침에 개운하지가 않고 하루 종일 쳐지는 느낌이 든다. 잠을 너무 많이 자거나 잠을 설치는 등의 수면장애를 보이기도 한다. 나이에 따라서도 우울증은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어린아이의 경우 아이가 갑자기 산만해지거나 학교를 가기 싫어하고 성적이 떨어지며 머리나 배가 아프다는 등의 신체 증상을 호소하기도 하고 부모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나 퇴행을 보이기도 한다. 사춘기 청소년의 우울증은 부모나 선생님들에게 반항을 하거나 불평불만 짜증이 늘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중년의 여성들은 기억력이 떨어지는 건망증을 호소하기도 하고 허탈함과 공허함 초조감을 보이기도 한다. 노년기는 암이나 각종 병에 대한 불안 초조를 보이기도 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많이 떨어져 치매로 오해 받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이 2주 이상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경우에 주저 없이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우울증은 6개월 이상의 약물치료와 상담을 하였을 경우 아주 치료가 잘되는 질환 중의 하나이다. 그동안 약물치료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치료를 지연시키고 방해함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심한 고통을 더 오래 겪게 만들고 나아가 잘 낫지 않아 재발과 만성화를 초래했다. 주위를 둘러보아 가까운 가족이 이런 증상으로 고통 받고 있는지 잘 살펴봐서 혹시라도 우울증이 의심되면 반드시 치료를 받도록 권하자. 그리고 시간을 가지고 격려하고 도와주면 반드시 낫는 다는 것을 명심하자. 무기력하고 매사에 흥미 없어 하는 것을 게으르다고 비난하지도 말자. 옆에서 가까이 있으면서 충분히 들어주고 이해해주고 공감해 주되 섣부른 충고나 활동에 대한 참여는 조급하게 강요하지 말자.

 

몇 년전 호주에 갔을 때 시내버스 옆면에 큼지막하게 써있던 표어가 생각났다.

우울증!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밖으로 나와라.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아래에 응급 콜 전화번호가 써 있었다. 얼마나 멋지던지.....

우리나라도 우울증에 대한 전 국민 캠페인을 통해 편견을 해소하고 우울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으면 참 좋겠다.